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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도 창업도 막막… 한숨 속에 시드는 중년 |
[조선일보 김동섭기자,
나지홍기자, 김승범기자]
퇴직 2년반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일정한 수입이 끊어졌지만 달마다 꼬박꼬박 나가는 생활비와 교육비에 자신감은 더 오그라들었다. 친구들과의 왕래는 점차 뜸해졌다. 억대의 명예퇴직금은 물에 젖은 소금처럼 흔적 없이 녹아내렸다. 손대는 것마다 몇 달 만에 참담한 실패로 돌아왔다. 학원비를 들여 자격증을 따도 재취업을 보장하지 못했다. 대기업체인 KT직원으로 58세 정년을 꿈꾸던 그들이었지만 퇴직하는 순간 대부분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희망도 없는 신빈곤층으로 떨어져 있었다. ‘절망’은 중년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 ◆“월 100만원 벌기 힘들어” 기술직으로 근무한 강모(47)씨는 사표를 내면서 퇴직 이후를 자신했다. 우선 3층짜리 건물을 한 채 샀다. 임대 수입으로 살아볼 요량이었다. 퇴직금과 주식, 아파트 등 전 재산을 털어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무실은 텅 비었고, 건물관리비와 생활비, 세금은 밑빠진 독처럼 매달 150만∼200만원씩 나갔다. 자구책으로 치킨집을 냈지만 장사가 안돼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생활비마저 없어 건물을 담보로 7000만원을 융자받았지만 수중엔 1000만원만 남았다. 돈문제로 부부 갈등이 심해져 급기야 지난 1월 이혼했다. 강씨는 “그래도 아직 건물 한 채가 있으니 나는 퇴직자 중 중간은 간다”고 말했다. 전기 파트에서 19년을 근무한 최모(47)씨는 아직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퇴직 후 독학으로 전기 자격증을 4개나 땄지만 대기업에선 나이가 많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월급 150만원을 주는 중소기업에 두 번 취직했지만 몇 달이 안돼 그만뒀다. “연봉 4300만원을 받았었는데…. 아무리 급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곳에 취업할 수는 없잖아요.” 그 사이 퇴직금·적금을 합쳐 2억7000만원이던 통장 잔고는 눈에 띄게 줄어갔다. 기술직 부장으로 퇴직한 서모(57)씨는 “희망은 생각할 수도 없고 다만 건강이 걱정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연봉 6500만원을 받던 그는 특별한 일을 겪지 않았는데도 4억원의 재산이 반토막났다. 그는 “예전엔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느꼈고 자부심도 있었지만 지금은 빈곤하다고 느낄 뿐”이라며 “30년 경험을 활용하고 싶지만 써주는 데도 없고, 직업이 없으니까 소외감만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김모(54)씨는 퇴직 후 1년간 직업훈련학교에서 보일러 등 자격증 4개를 딴 뒤 건설 현장이나 가정집에서 보일러를 수리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일한 날이 30일도 되지 않는다. 그는 “불황인데다 경쟁이 치열해 처음 목표였던 창업은 엄두도 못낸다”고 했다. ◆“준비된 퇴직만이 보증수표” 민윤기(51)씨는 자신이 성공한 퇴직자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기술직 과장 출신인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2년간 부동산을 공부했다. 이 지식을 바탕으로 지인이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출근하며 월 150만원을 번다. 아내도 옷가게를 시작해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는 “퇴직금까지 합치면 퇴직 전(연봉 6000만원)과 비슷하다”며 “아내가 바가지 안 긁고 응원해주는 것도 큰힘이 됐다”고 했다. 직원 5명을 두고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김모(52)씨는 퇴직 후 6개월의 창업 준비기간을 거쳤다. 그랬는데도 인테리어 회사를 정착시키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별도로 창업 준비를 하는 것은 회사 일을 제대로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회사에서 ‘퇴직 예고제’를 두어 1년간 공무원처럼 ‘공로 휴가’를 주고,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재취업 알선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섭기자·팀장 [블로그 바로가기 dskim.chosun.com]) (나지홍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willy.chosun.com]) (김승범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bkim.chosun.com]) (탁상훈기자 if@chosun.com ) (최규민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min4sally.chosun.com]) (조의준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oyjune.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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